⊙생생공부방-창의인성

조경복의 추임새-비닐봉지

조 파워(경복) 2013. 1. 16. 18:37

비닐봉지

                시인 문 인 수

 

차들이 검은 비닐봉지 하나를 연신 치고

달아난다. 비닐봉지는 힘 없이 떴다 가라앉다 하면서

찢어질듯 커다란 아가리를 벌리지만 도통

소리가 없다. 연속으로 들이닥치는 무서운 속력 앞에,

뒤에,두둥실

웬 허공이 저리 너그러운지.

 

누군가의 발목에서 떨어져나온 그림자, 그늘인것 같다.

과거지사는 더이상 다치지 않는다. 이제

적의 멱살도 박치기도 없는 춤, 검은 비닐봉지 하나가

또 잔뜩

바람을 삼킨다. 대단한 소화능력이다. 시장통,

거리의 밥통이다. 금세 홀쭉하다.

 

(문인수 시집 '배꼽',창비시선286 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