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아우슈비츠 수용소:
오후3시. 30분의 휴식이 주어지고 수프를 먹는 것이 허락되었습니다. 선택될 10명을 위해서는 이것이 마지막 식사였습니다.
짧은 휴식시간이 끝난 후 그들은 다시 차려 자세로 저녁 점호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북유럽의 긴긴 여름해가 저녁노을 속에 기울어가기 시작할 때, 저녁 점호가 울리고 모든 포로는 다시 연병장에 모였습니다.
수용소장은 각 감방별로 보고를 받으며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그의 발걸음이 14호 감방 포로들 앞에 멈추었을 때, 시간이 정지하는
듯한 긴장이 모두의 숨을 멎게 했습니다.
"도망친 놈이 안 잡혔다. 너희 중 10명이 저 아사 감방에서 죽어야 한다. 이 다음번에는 20명이다."
그는 한줄 한줄 돌며 10명을 골라냈습니다.
"너, 그리고 너!"
이렇게 수용소장이 10명을 채워가고 있을 때 그가 지목한 사람 가운데 하나가 대열에서 뛰어나오며 울부짖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안 돼, 나는 죽을 수 없어. 내가 죽으면 나의 처자식은 어떻게 살란말이냐!"
그러나 반항은 부질없는 짓이었습니다.
"신발 벗어!"
명령은 계속되었습니다.
"좌로 돌아!"
그때였습니다. 몸서리치는 긴장 속에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은 포로들의 대열을 뚫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오는 사람이 이었습니다.
그가 수용소장 앞에 섰을 때, 예상할 수 없었던 포로의 용기에 당황한 수용소장은 권총을 빼들고 한 발 물러섰습니다.
"거기 서라. 이 폴란드 돼지새끼!"
그러나 그 포로는 수용소장을 똑바로 응시하며 한 발 더 다가섰습니다.
"저 사형수 중의 한 사람 대신 내가 죽겠소."
"왜?"
"나는 처자식도 없고 병들어 아무 데도 쓸모없는 사람이오."
"도대체 누구 대신 죽겠다는 건가?"
그러자 그 사람은 조금 전 울부짖으며 끌려나왔던 젊은 포로, 프란치스코 가조프니체크 중사를 가르켰습니다. 수용소장의 등에는 땀이
흘렀습니다. 도대체 이 사람은 누구인가? 억누를 수 없는 호기심과 알 수 없는 두려움을 애써 억누르며 수용소장이 물었습니다.
"너는 누구냐?"
포로는 짤막하나 엄숙히 대답했습니다.
"가톨릭 사제요."
온통 핏빛으로 붉게 물든 저녁노을이 신부의 머리를 성스러운 후광처럼 비출 때, 가련한 수용소장은 이미 사로잡힌 포로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얼마 동안일까, 꿈처럼 비현실적인 시간이 흐른 뒤 수용소장은 신음하듯 입을 열었습니다.
"좋다. 함께 가라!"
그리고 그는 아우슈비츠의 아사 감방에서 자기와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을 위해 대신 죽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막시밀리안 콜베였습니다.
-김상봉 [호모 에티쿠스 : 윤리적 인간의 탄생]--김선욱 행복의 철학에 소개된 글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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